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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 2020 ~ Current/...일기

못다했던 이야기

by noopy00 202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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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일이 너무 안되었다. 어제 일찍 잤는데도 어찌나 피곤하고 눈이 아프던지..
하루 종일 거의 집중 못하고 겨우 버티다가 구몬 핑계로 정시에 퇴근하고 나왔다. 
구몬도 잠깐 들러서 2주치 학습지만 받아들고 그동안 계속 벼뤄왔던 마트로 곧장 달려갔다.

이번달 한국에 돈을 왕창 보내버린 덕분에 의도치않게 쪼달리는 생활중이라서 정말 오랜만에 와서도 아껴서 최소한으로 사야했다. 그래도 이것저것 담다보니 카트가 한가득이되버려서 어쩌나하다가 결국 한국 체크카드로 긁고야말았다.....

집에와서 저녁을 챙겨먹고 쉬고있는데 폰이 울려서 보니 이모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조심하라는 연락이었다. 안그래도 한국에 가족들 걱정되던 참이었는데 너무 반가웠다.
다행히 이모는 무사한 듯 했다. 답장으로 엄마는 연락한통 없다며 슬쩍 하소연을 했더니 바로 전화가 오셨다.

정말 오랜만에 이모랑 세시간반동안씩이나 통화를 했다. 정말 그동안 쌓아놨던 엄마에 대한 하소연을 다 털어놓은 것같다. 내 청소년시절과 20대 초반까지 살면서 엄마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일러바치듯이 하나하나 털어놓았다. 나의 울음섞인 하소연에 이모도 엄마를 탓하며 나를 위로하셨다. 
왜 진작 이모한테 이런 얘길 털어놓질 못했을까. 그동안 너무 혼자서 외롭게 지내온것도 같았다.

이모는 이모부와 이혼하고 혼자서 남자애둘을 키우면서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며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으셨다. 

엄마의 성격이 혹시 할머니로부터 온것은 아닐까하고 이모가 어린시절, 할머니의 모습은 어땠는지 물어봤는데 어느날 아침에 밥먹고 학교가는 이모에게 디저트로 수박 안먹고 간다고 엄청 난리치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ㅋㅋ 그리고 하루는 이모가 밤새 너무 아파서 혼자 끙끙 앓았던 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학교다녀와서 쉬고있는데 외출하고 돌아오신 할머니가 설거지 안되어있는 걸 보고 이모보고 엄청 머라하셨단다 ㅋㅋ 아 우리 할머니 보고싶다.

오늘에서야 할머니 아프시던 상황을 좀 들을 수 있었는데 듣고나서 보니 차라리 내가 그때의 할머니를 보지 못한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 전부 할머니 아프셔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모두 곁에서 봤단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더라면.. 생각만해도 가슴이 찢어진다. 그래도 내 기억속의 할머니는 건강하고 늘 힘이 넘치시고 당찬 모습으로 남아있으니까.

어쨌든 이모는 너무 감사하게도 내 얘기를 들어주시고 내 편에 서주셨다. 나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지나가고 날 따뜻해지면 엄마랑 같이 일본 놀러오시겠단다 ㅎ
제발 모두 무사하게 이번 재난이 지나가길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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