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3 수요일
버스정류장이 바뀌어버려서 바뀐 정류장을 찾아갔지만 결국 놓쳐버렸다. 하필 오늘은 55분 버스 타려고 늦게 나온탓에 지각이다. ㅠ
아침에 눈떴는데 혜영이한테서 보이스피싱 신고 어떻게 하냐는 톡이와서 깜놀. 알고보니 아버지가 오래전에 당하셨는데 어떻게 보상 받을 방법 없냐는거였다. 그러고보면 계속해서 힘든일이 겹쳐 일어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착해빠지고 순해빠진 사람들인 것 같다. 우리 이모처럼. 그냥 순둥이처럼 자기 일만 성실하게 하면서 주변을 살피거나 머리써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이용할 생각을 안해서 그런것같다. 그런 사람들은 이런일이 닥쳤을때도 쉽게 훌훌 털어버리는 성격이 못되서 남들보다 몇배로 더 괴로워하고 자기탓을 한다. 안타깝다.
오늘 왠지 딱 뭔가 영어가 술술 나오기 시작하는 기점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슬럼프가 오면 "Back to the Basic" 이라는 말이 있듯이 차분히 생각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더니 뭔가 입이 풀렸던 하루였다. 어제 오랜만에 미국 드라마 Sex and the City를 본게 영향이 있었던건진 몰라도 수업시간에도 그렇고 저녁에 지슬랭 만났을때도 말이 술술 나왔다. 앤마리랑은 뭔가 집주인이라는 부담감과 심각한 British 억양때문에 더 안들리는 것 같기도하다.
오늘은 수요일, 모두들 Provedor를 가는 날이지만 난 미키, 아스카, 유이와 함께 맥주와 버거를 5달러에 먹을 수 있는 Bungalow 8으로 갔다. 버거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그전에 한시간정도 수다떨었는데 너무 즐거웠다. 역시 남자 이야기에는 국적불문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게되는 것같다.
유이가 일하러 간 후 아스카의 옛 클래스 메이트와 그의 친구들이 와서 합석했는데 별로 공감대도없고해서 재미없었다. 걔네들도 자기네들끼리 얘기하기 바쁘고. 거기다 그 중 캄보디아 남자애가 있었는데 정말 무례하고 기분이 나빴다. 처음왔을땐 눈도 제대로 안마주치면서 인사만하고 그뒤론 말도없더니 갑자기 어느순간 어느나라에서 왔냐고 묻더니 한국이라니까 자기 한국친구 얘길 꺼내면서 내 앞에서 대놓고 한국인이 싫단다. 지 친구랑 서로 상대방 나라 욕하면서 장난치다가 나왔던 말 가지고 한국인들은 말을 너무 싸가지 없게한다며 친해지기 싫다는 식으로 시비를 건다. 사실은 나와 친해지고싶어서 말을 걸었던 건 알겠는데 방식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됬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대뜸 나랑 언제봤다고 나이까지 묻길래 걍 20살이라고 막던졌더니 여권까란다 ㅋㅋ 어이가없어서 ㅋㅋ 거기다 나랑 미키 둘이서 한참 얘기하고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테이블 밑으로 내 무릎을 사정없이 두어번 내려치길래 놀래서 쳐다봤더니 이번에도 또 캄보디아 시키였다. 진짜 이렇게 무례한 외국인은 또 처음본다.
Provedor로 넘어가서 지슬랭 잠깐보고 헬스장으로 갔다. 그래도 어제 운동했다고 가슴만큼 튀어나왔던 배가 조금 들어간 기분이다. 하하.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웨이트라 하체만 가볍게하고 런닝머신 뛰었다. 마지막에 웨이트 기계 사용하려는데 어떤 아시아계 남자가 뭐라뭐라 말을 걸길래 뭔말인가 못알아듣고 어리버리하다가 그 남자가 사용중인 기계였다는 걸 알았다.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일어나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면서 보니까 다른 기계랑 번갈아가면서 혼자서 한번에 두개를 점유하고있던거였다. 어이가없어서... 이렇게 사람많은 헬스장에서 이건 도대체 어느나라 매너인가? 걍 넘어가려다가 왠지모르게 오기가 생겨서 안되는 영어로 따졌다. 혼자서 두개쓰냐고. 참나. 결국엔 끝까지 세트 다 마치고 이제 써도 된단다. 그래도 할말 다 해서 속은 후련했다.
뭔가 외국생활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기분이다. 헬스 끝나고 한 남자랑 같이 엘리베이터 탔는데 "힘들지?"라며 말을 건네왔다. 순간 나 말고 또 다른 사람이 더 있나? 아님 지금 통화 중인가? 싶어서 두리번 거렸다. 이런게 내가 서양 국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의 정과는 또 다른 친근함이 있다. 비록 이번엔 처음이라 너무 당황해서 바보같이 웃기만했지만 다음번엔 좀더 자연스럽게 받아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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