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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D+28]

by noopy00 2020.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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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다른 반으로 옮겨야할때가 왔다ㅠ 아침부터 조나단한테 통보 문서를 받으니 기분이 최악으로 내려가려했다. 지금 이렇게 잘 맞고 좋은 친구들을 떠나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 생각을 하니 너무 두렵고 괴로웠다. 이 친구들을 잃을까봐 걱정이 됬고 또다시 혼자가 될까봐 두려웠다.
무쯔미가 카요를 다음주 금요일 파티에 초대했다는 말에 또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나 빼고 또 저들끼리 즐겁게 잘 지내는구나..하고. 이 기분을 떨쳐버리려 노력하는 중이다.

문득 반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어야겠단 생각이 들자 신기하게도 우울했던 기분이 나아지는걸 느꼈다. 유카처럼 다같이 불러모아 찍을 용기는 없었지만(그래서 다시 우울해질뻔했지만) 그냥 내가 함께 찍고싶은 사람이랑 한명씩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니 괜찮아졌다.
잃어버리는 것, 지나간것에 슬퍼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보다 당장 내가 할수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순간에 집중하려 최선을 다해 느끼는 것이 결과적으로 훨씬 나에게 좋은거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가 계속 헤어지는 것에 대해 슬퍼하니까 블라도가
“모든 것은 언제나 바뀌는거야”라는 말을 했다.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살려는 것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꽤 어른스러운 친구인것같다.

오늘은 일찍 수업을 마치고 점심시간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한국식당을 가기로한 날이다. 얼떨결에 함께가게 된대다 다들 영어가 심각한 상태여서 나까지 퇴화할 것만같아 좀 꺼려졌었는데 나름 재밌었다. 뉴질랜드 온뒤로 제대로된 한국음식은 처음이었다. 메뉴는 언제나그랬듯 제육볶음 ㅋㅋ 남자애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좀 부끄러웠지만 나쁘진 않았다. 특히 한국 친구를 보면서 블라도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여유가 없으면 저런식으로 행동하게되는구나를 알게해주었다. 상대방 말은 듣지않고 본인 할말만 하고 현재를 전혀 즐기고있다는 느낌을 받지못했다. 뭔가 계속해서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사는 것만 같았다.

헬스갔다 집에오는길 무슨 생각을 그리 많이한건지 버스타는 40분동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건지도 모르게 흘러갔다. 꿈꾼거마냥 기억도 잘 안난다.

어떤 과제나 상황이 주어졌을 때 나는 그것을 내가 통제하길 좋아한다. 그러지 못할경우 굉장히 불안해지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몇일전 수업에서도 다섯명이서 팀을 짜 각자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투표해서 하나의 레시피를 고르는 과제를 하는데 어느샌가 내가 진행을 하고 있었다.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뭔가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수업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길 좋아하는 걸 봐도 그렇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픈sns란 회사를 다니면서 법원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일했던건 정말 나와 맞지않는 일이었던것같다. 개발일 자체가 문제이기보다 조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 개발기간에서부터 업무의 일관성도 부족했고 비상식적인 야근시간까지 어느것하나 내 의지나 계획대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나는 내가 계획하고 내 방식대로 뭔가를 진행해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실 내 마음속 깊이 원하는 것은 나를 완벽하게 100%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나를 관리해 주길 바라고있다.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정말로 그러한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중요한건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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