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지 한달이 넘어가도 여전히 너무나도 삭막했던 우리집. 재채기라도 했다하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던 우리집..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식물이라도 길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회사 점심시간에 우연히 들어간 100엔 샵에서 발견한 모종들!
귀여워보인다. Tree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부랏사이아라는 이름의 식물인가보다. 주말에 다시 와서 사야지...하고 가게를 나왔다. 부랏사이아? 식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서는 당연히 처음 들어본다. 구글링을 해봤다.
헉......... 큰일날뻔했다.
이 후, 홈 데코 식물에 대해 열심히 검색해서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몬스테라"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일본은 워낙 가드닝에 관심들이 많아서 꽃집은 여기저기 많이 있는데 몬스테라는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일본사람들은 보통 식물들을 베란다나 마당 등의 집 밖에 두고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내데코 용으로는 키우지 않는 것 같다.
휑한 집에 가구좀 들일 겸 이케아 홈페이지를 보다가 몬스테라를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그 주 주말에 사러 갔다. 그렇게 구매하게 된 나의 첫 반려식물 몬스터!
식물하나 들였을 뿐인데 집 안 분위기에 생기가 돋는 것 같다. (아마존에서 침대도 들임..)
보고만 있어도 여름 느낌이 물씬 난다. 초보 가드너인 나는 열심히 구글링을 하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선배들의 조언들을 읽으며 정성을 쏟았다.
밝은 반 그늘에 두는 것이 좋다고해서 우리집에서 가장 밝은 반투명 창가에 두었고, 물주기는 계절에따라 달라지는데 여름엔 일주일에 두번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그리고 뒤늦게 응애벌레에 대해 알게되어 벌레라면 질색이기에 당장 분무기를 사서 하루에 한번씩 잎에 흠뻑 뿌려주었다.
몬스터를 구입한 날이 8월 8일이었고 그로부터 약 한달뒤.
애들이 갑자기 시들시들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다ㅠㅠ
- 환기를 자주 안시켜줘서 그런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창문을 열어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라탄 바구니는 보기엔 이쁘지만 통풍에는 좋지 않다고해서 아래에 상자를 받쳐 높혀두어봤지만 똑같았다.
- 물을 너무 자주 주는 걸까?
흙이 축축한데도 일주일에 두번을 지키기위해 물을 줬던 적이 몇번 있었다. 우리집 몬스테라에게는 일주일에 두번이 너무 많은건가 싶어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여보았다.
- 분갈이를 해줘야 하나?
처음 사올 때 부터 공중뿌리가 꽤 많이 나와 있었는데 도대체 어느 시점에 분갈이를 해줘야하는지 모르겠다. 아직 안해줘도 되는데 잘못해서 했다가 과습 생기거나 뿌리가 다쳐서 죽을까봐 초보 가드너인 나에게는 초 고난도 작업이라 감히 시도를 못했다ㅠㅠ
- 햋빛이 너무 강한가?
반투명 창문이지만 한동안 한 낮에 햇빛이 워낙 강해서 방안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찼다. 반그늘이 도대체 뭘 말하는건지.... 그래서 일단 창가에서 가장 떨어진 방 구석으로 옮겨두었다. 이틀 정도 그렇게 두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힘이 없었다ㅠㅠ
도저히 분갈이는 시도하기가 무서워서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결국 내가 한 조치는 줄기 하나를 잘라서 수경재배를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식물을 많이 키워보신 여러 사람들이 들었을 땐 '왠 쌩뚱맞은 짓이지?' 하겠지만...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어서ㅠㅠ 혹시 애들 자체에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하고.......... 부분적으로라도 살려보자는 생각에..............
댕강....
6일 저녁, 마땅한 가드닝용 도구도 없던터라 주방 식칼로 슥슥 썰어버렸다. 자르기전에 블로그에서 검색해본 바로는 꼭 뿌리를 포함해서 절단하라고 되어있었다. 저기 튀어나온 조그마한 혹같은 녀석이 뿌리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블로그에서본 수경재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에 꽂고나서 하루가 멀다하고 뿌리들이 징그럽게 자라난다는데... 나는 뭐 3일이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수경재배 조차 실패인건가.......... 나는 정녕 가드닝 똥손인가여ㅠㅠ
그리고 9일 아침.
멍하게 몬티(수경재배로 키우는 아이 이름 ㅋㅋ)를 처다보고 있는데.. 잉? 어제도 이랬던가??
털달린 뽀얀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근데 어째 새로 날 것같던 줄기부분은 검게 변해 버렸다ㅠㅠ)
솔직히 그사이 내 맘고색을 너무 시켜서 정이 살짝 떨어지던 차라 물도 이틀에 한번 정도 갈아주고있었는데 뿌리 난걸 보니 어찌나 기특하던지! 당장 물 갈아주면서 신기한 마음에 뿌리를 살짝 손으로 만져보았다. 몰랑몰랑 부드러울 줄알았는데 겁나 딱딱하다.
이건 12일날 사진.
수경재배 시작하고 약 6일동안 자란 길이다. 원래 다들 저정도 속도로 자라는 건가? 암튼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 사이 우리 몬스터는...
하루 두번 통풍도 잘 시켜주고, 분무도 아침 저녁으로 해주고, 광합성도 잘 시켜주고 있었지만 여전히 축 쳐져있다. 처음 사왔을 때 비해 키는 엄청 자랐는데 '기억'자로 힘있게 고개를 들고있던 잎들은 점점 꺽여가고있었다. 줄기를 잘라낸 부분은 검게 변해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날 낮에 오랜만에 물을 흠뻑 줬다. 그리고 창가에서 멀리 떨어뜨려 하루 종일 방치하다시피 두었다.
외출하고 저녁이 되어서 집에 들어왔는데,
어라???
애들이 펴져있었따!!!!!!!
그렇다... 찌는 듯한 더위의 한여름 일본의 햇빛에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그 정도의 더위와 햇빛이라면 일주일에 세번은 물을 줬어야 했고 반그늘이 정확히 뭔지도 이번에 제대로 알게되었다. 반투명 창이고뭐고 햇빛자체는 쬐이면 안됬던 거였다. 특히 여름에는.
그나저나 애들이 영양분이 부족한지 키만 크고 새 잎은 나올 생각을 않는다. 파릇파릇한 찢잎 나오는거 정말 보고싶은데.. 한번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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