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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D+57] 하이킹

by noopy00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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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5 일

 

찝찝한 기분으로 밤을 보내고 아픈허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비까지 와주시니 방안의 습기는 정말 대단했다. 빨리 다른 집을 알아봐야겠다고 또한번 다짐하고 전에 사뒀던 쪼리를 꺼내신고 화장실로 내려갔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오늘 여행이 취소되진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며 핸드폰을 봤지만 Amanda의 미안함을 담은 빠진다는 연락외엔 그아무도 말이없었다. Amanda는 어제 방갈로8에서 봤을때부터 조금은 예상했던 결과였다.
앞으로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대책을 강구해야할때 이렇게 쌩고생 뻔한 여행을 가는게 맞나 잠시 고민했지만, 우울하게 하루종일 집에있는 것보다 훨씬 나을거라고 긍정마인드 장착한 후 집을 나섰다.

Jucy 렌터카에 도착했는데 씨자레만 와있었다. 버스내릴때까지만해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렌터카샵 가는 그 잠깐 동안 쫄딱 다 젖어버렸다. 씨자레랑 어색하게 얘기 나누며 좀 있으니까 지슬랭과 파오가 도착했다. 지슬랭옆에는 파울라도 함께있었다. 잘 안되간다더니 다시 잘 됐나보다. 비가 억수같이 와서 하이킹은 물건너간 셈치고 일단 비가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북쪽으로 올라가기로했다. 빗속을 뚫고 한참을 갔더니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햇빛이 나기시작했다. 파울라의 멀미때문에 잠깐 카페에 들러 커피도 마시고 나는 아침으로 빵도 먹었다. 아침을 챙겨먹고오려했는데 너무 급했다. 날도 좋아졌고 여유로와서 정말 행복했다. 파오 이름이 어떤 나라에선 Dick을 의미하는데 한국이름도 지어줬다. 성기로 ㅋㅋ 씨자레는 보성이다 ㅋㅋ 김보성 닮아서 ㅋㅋ

하이킹 시작지점을 찾아서 가는 동안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부터 먹고 가기로했다. 위치가 어중간해서 하이킹 후먹으려고도 했는데 그랬으면 큰일날뻔했다. 하이킹.. 생각보다 엄청 빡셌다 ㅋㅋㅋ

점심은 맥도날드로 정하고 앉아서 먹는 동안도 너무 좋았다. 파오가 지슬랭에게 장난을쳤는데 늘 그렇듯 “운전기사 누구지?”라며 자기한테 잘 하란식으로 물었고 내가 바로 “씨자레”라고 대답했다 ㅋㅋㅋ

오전에 앤마리에게서 또 연락이왔다. 지슬랭이 집 현관문을 제대로 닫지않고 가는바람에 바람에의해 안쪽 문이 활짝열려버렸나보다. 문제는 그걸 왜 나한테 말하냐는거다. 그것도 이번엔 나보고 전달해달라기까지했다. 어쨌든 말은 해줘야할것같아 알려줬더니 당연히 기분나빠한다. 내일이 마지막날이라 별말 안할 것 같긴하지만.

어제도 내 이사 도와주는 것 때문에 3시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지슬랭이 조금 늦으니까 나한테 물어보기도 전에 지슬랭한테 문자해서 제시간에 오는거 맞냐고 제촉을 했단다. 당사자인 나도 가만히 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자다.

 


3시간짜리 코스로 선택해 하이킹을 시작했다. 처음엔 순조로웠다. 하지만 곧 비가 내리기시작했고 내 패딩은 방수가 아니어서 온몸이 다 젖어버렸다. 지슬랭과도 꽤 많이 편해진것같다. 이젠 프랑스식은 아니어도 포옹 인사까진 한다. 퀸즈타운으로 떠난단 생각을 하면 너무 아쉽다.
하이킹 코스는 거의 등반수준으로 힘들었다. 비온직후여서 땅도 엄청 미끄러웠고 코스 안내가 썩 좋지않은 곳이라 길 찾는데도 힘들었었다. 한국에선 단한번도 해본적없는 이런 하이킹이라 처음엔 엄청 헐떡거렸다. 근데 왠걸, 넘어지지도 않고 내가 제일 잘 걸었다. 요즘 먹고싶은거 다 먹어서 몸에 힘이 남아도나보다. 덜렁이 지슬랭은 결국 발목을 삐고야말았다. 엄청 심하게 삔 것 같은데 보드는 제대로 탈수있을지 모르겠다.

아만다가 어제 라틴파티에서 무리를 해서 빠졌는데 차라리 잘된일인 것 같았다. 이렇게 힘든 하이킹에 왔더라면 그 불평불만에 우리가 더 불편했을 것 같다... 이번여행에서 씨자레, 파오랑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아 넘 좋았다. 위니라는 콜롬비아 여자애랑은 비록 친해지진 못했지만 참 괜찮은 아이였다.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도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파오는 갑자기 나에게 South Korea, North Korea중 어디서 왔냐며 묻더니 무슨 차이냐며 한국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북한의 실태를 설명해주고 나중에는 1910년 일제강점기부터 1945년 광복, 1950년 625전쟁까지 안되는 영어로 사전찾아가며 겨우겨우 설명해줬다. 하다보니 나도 열정이 생겨 신나게 떠들었던 것 같다. 좀더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영어단어에 대해 공부해서 잘 설명하고 싶다는욕심까지 생겼다.
씨자레랑은 IT 관련해서 엄청 떠들었다. 일할때 야근많아 힘들었던 경험과 테스트 싫어하는 이야기, 백엔드 프론트 엔드 차이점 등등 공감대가 있으니 대화가 정말 유익하고 재밌었다.

씨티에 도착해서 다들 내려주고 씨자레, 지슬랭과 나는 카운트다운 들렀다가 헤어졌다. 지슬랭과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고 씨자레가 우리집까지 데려다줬다. 파오랑 헤어질땐 평소엔 그냥 악수하거나 팔 터치하고 헤어지는데 오늘은 갑자기 스페인 스타일이라며 내 양볼에 강제로 키스까지하고 내렸다. 아무리 자기네나라에서 평범한 인사라지만 한국 토박이인 나한텐 너무도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K한테 전화가 왔다. 어제 전화했는데 이제서야 답이온 것이다. 주말에 뭐하고 지냈는지 이런저런 얘길하다가 여자친구랑 사소한걸로 좀 싸웠다고했다. 여자친구는 어릴적부터 여기서 자라왔는데 그래서인지 한국적인 자기 성격을 이해못하는 것 같다고했다. 얘는 내가 외국인 친구들이랑 놀러다니고 하는걸 엄청 대단하게 생각한다.

K랑 전화를 끈자마자 아스카에게서 전화가왔다. 오늘 밤 새벽 2018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하는 날이라 카지노에서 보기로했었다. 그때는 분명 갈 생각이었는데 여행이 생각보다 너무 늦게 끝났고 10시가 넘은 시간에 눈은 이미 반쯤 감겨가고 간다고해도 시간맞춰 시티로 나갈 버스도 없었기때문에 아쉽지만 나는 빠지겠다고했다. 미키랑 둘이 갈거라는데 일단 자고 시간맞춰 일어날거란다. 아쉽지만 나이많은 나는 잠이나 좀 푹 자야겠다.

오늘 하이킹하면서 깨달은게 두가지 있다. 첫째는 정말 힘들고 기나긴 길도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하여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하게된다는 것. 두번째는 만약 혼자였다면 절대 성공하지도, 과정이 그만큼 행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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