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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D+89]

by noopy00 2021.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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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6 목

 

어제 미키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잠이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찜찜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물론 숙취때문이기도 했지만 외국까지 나와서도 여전히 끈이질 않는 사람문제 때문이다. 예전의 나였으면 그냥 무시했을 거였다. 관계가 어떻게되든 그냥 방치하고 끝나면 끝나는 대로 내버려뒀을거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문제에 있어서 좀 더 성숙해지고싶었다. 이미 어제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상황을 악화시켜버린 이후에 무슨 소용이겠나싶기도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되돌아봤을때 내 자신한테 떳떳해지고싶었다. 그래서 미키에게 오늘 학교끝나고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물론 어제 일을 직접적으로 꺼내진않고 코딩핑계를 댔다. 충분히 알아들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않았나보다. 아니면 별로 풀고싶은 마음이 없는걸수도.
이걸로 최선을 다했다고 할순없지만 더이상 못하겠다.
항상 이렇게 틀어지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지슬랭말처럼 사람들을 대하는 내 마음이 너무나도 sensitive해서 그들을 신경쓰지않고서는 살수없는 걸까? 물론 나의 섬세한 감정은 오로지 나를 중심으로 한다는 사실이 지슬랭과는 다른점이다.

헬스장가서 오늘은 걷기만하고 마사지 기계만 사용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귀찮기도하고 시간도 아까워서 어제 한 화장 그대로 씻지도 않고 바로 시티로 갔다. 글로리아진스에 자리를 잡고 공부좀 해보려는데 변환어뎁터를 빠트리고 안가져왔다.. 젠장. 결국 어제 도서관에서 빌린 책만 좀 읽었다. 책도 별로 도움이안되는 책이었다. 그러던 중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인도 남자애가 여기 와이파이 비번 뭐냐며 말을 걸어왔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말을 걸며 무슨 공부하는지 자긴 무슨 전공인지 친한 척을 해댄다. 심지어 자기 몇살로 보이는지, 남자볼 때 외모보냐 성격보냐를 묻질않나 나보고 gold digger인 줄 알았다느니, 중국에선 언제 건너왔냐느니... xx새끼가 xx을 다 xx댔다. 중국인 아니라니까 그럼 필리핀사람이냐, 콜롬비아사람이냐 묻는다. 뇌가 없어보였다. 자긴 숫자가지고 노는걸 좋아해서 나중에 bnz 인턴쉽할거라는데 제발 어느 은행이든 인성보고 사람 제대로 뽑길.. 몇살인거같냐는 물음에 24살이냐니까 겁나 웃으면서 19살이란다. 좋단다. 

책도 눈에 안들어오고 옆에서 말도 계속 시키고해서 밋업이나 한번 훑어봤는데 바로 잠시 뒤에 개발관련 밋업이 근처에서 열리는걸 발견했다. 유이도 안오고 계속있어봤자 시간낭비일 것 같아 바로 참석 신청한 뒤 카페를 나왔다. 인도 시키는 나오기 직전까지 작업을 걸어왔다. 

밋업장소를 찾아가니 놀랍게도 Net cafe라는 뉴질랜드의 PC방이었다!!! 들어가기가 너무 망설여졌다. 1층이긴했지만 남자들밖에 안보였고 뭔가 엄청 후미져보여서 살짝 무서웠다. 시간이 다가오고 호스트에게 보낸 메시지엔 답이 올생각이 없어 결국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남자를 보니 발음도 그렇고 한국인같았다. 30분에 1달러란다. 엄청 싸다. 한국의 PC방에 비하면 무슨 한국시골에도 없을 법한 인테리어와 시설이었다. 개인 노트북이 있으면 큰 책상에 랜선만 꽂아서 사용하고 시간당 돈을 지불하면 된단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아무도 안온건가싶어 혼자라도 좀 보고있자하고 앉았다. PC방 내부를 쭈욱 훑어보는데 내 옆쪽 방같은 공간에 한 남자가 너무도 당당하게 전체화면으로 야동을 시청하고있었다. 남자에게 열심히 봉사하는 여자와 눈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너무도 민망스러워 내 노트북만 들여다보기로했다. 약속된 4시가 지나고 프로필 사진과 비슷한 남자한명이 다른 방쪽으로 들어가는걸 보긴했지만 밋업이라기엔 전혀 개발자스럽지 않은 모습에 어째야하나 망설이는 와중에 유이에게 연락이왔다. 글로리아진스 근처 한국인 카페에서 보자고. 1시간뒤 일을 가야한대서 바로 짐싸고 일어났다. 아마 30분도 안앉아있었나보다. 알바생이 놀라는걸보니.

유이는 코호(?)라는 또다른 일본애랑 같이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둘이 한참전부터 여기있었던것같다. 일본어로 엄청 수다떨고있었던 느낌. 이렇게 일본어로 대화할때마다 소외감이 느껴진다. 코호가 같이있어서인지 어제있었던 일에 대해선 전혀 꺼내질 않았다. 그냥 남자이야기, 아사미 이야기 하다보니 한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일본애들의 기준이 얼마나 높은지 괜히 듣고있으면 뒤에서 내욕도 하겠구나싶다. 
뭔가 오늘은 욕먹기싫어서 용쓴 느낌이다. 얘들이 과연 내 친구가 맞는걸까. 나도 너무 주변사람들을 컨트롤하려고하고 내가 만든 틀안에서 움직이도록 조종하고있는건 아닐까.

유이가 일을 가고 도서관에가서 php를 봤다. 뭐가 될것같다가도 안되서 너무 피곤했다. 헬스 한번 더 갔다 집에 가려고했는데 입이 너무 심심해서 헬스대신 걍 맛있는거나 먹을까 엄청 고민했다. 그치만 결국 나 자신을 설득해서 헬스장으로 갔다. 런닝머신 30분 더 하고 복근한다음에 나왔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하다가 예전에 술먹고 우연히 발견한 버거를 먹기로했다. 이게바로 행복이지.

버거를 먹으며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버스카드를 잃어버렸다는걸 깨달았다. 하.. 왜이럴까 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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