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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나와의 싸움

by noopy00 2021.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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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9 월

 

뭔가 나만의 개성을 가진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싶어졌다. 단지 예뻐보이려는 것만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포인트가 가지고 싶어졌다. 한국에서는 남들과 비슷하게 트랜드에 따라 외모를 꾸며갔던 것에 반해 여기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신만의 트랜드를 만들어 입고 꾸미고 다닌다.
지금까지 나는 외모에 대해 늘 똑같은 스타일로 보이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귀여운 스타일, 섹시한 스타일, 커리어우먼같은 스타일 등등 내가 속한 집단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나 자신을 꾸며왔다. 내가 아닌 남들의 모습을, 직업에 따라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를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 같다.
카페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뭔가 트레이드 마크같은게 있다. 로리는 안경과 옴브레로 높게 묶은 블론드 머리, 테브는 한쪽으로 길러 내린 앞머리와 화려한 셔츠, 바이런은 어깨까지 길러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 블라도도 무난하긴 하지만 늘 같은 모습을 하고있어서 옆에 있는 사람으로서 한결같은 모습에 편안함을 느끼게한다. 개성이라는게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남들 눈 의식하지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개성.

상황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그것 자체가 나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제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보고싶다.

 


일부러 30분 일찍 도착해서 일을 시작했는데도 정해진 스시를 만드는데 한참 걸려서, 결국 매니저와 부매니저까지 패킹하는걸 도와줬다. 후다닥 점심을 먹고 캐셔 일을 시작하는데 평소보다 40분이나 늦게 시작한 탓에 캐셔일까지 다 꼬였다. 미소 컵은 턱없이 부족하지 공장오더도 해야하지.. 중간에 코카콜라 직원까지와서 음료 시킬 것 알려달라하지.. 제일 문제는 내 멘탈이었다. 일이 바쁜 것 자체보다 이 상황이 너무 불합리하다는 생각 때문에 미치도록 짜증이 나고 결국 화까지 났다. 2주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딱 두번 같이 해보고 오늘 처음 혼자한 날인데 그것도 30분이나 자진해서 일찍 나와서 했는데도 캐셔일까지 지장을 줬다는 건... 이건 내가 못해서라기보다 너무 무리한 일을 시키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나는 경력자임에도 이정도인데 애초에 신입에겐 불가능한 업무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밀어부치며 일을 시키는 이 스시집 사장새끼가 짜증이나서 너무 화가났다. 난 분명 최선을 다 하고있는건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있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손님들을 보고 웃을 수가없었다. 오히려 손님들이 날 보며 웃어주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말해주니 고마웠다.

그만둬야하나 순간 고민했다. 이렇게 미친듯이 생각할 틈 없이 매 순간 쫓기듯 일해야하는 게 나랑 너무 맞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또 그만 둘 생각을 하니까 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망 치는 거란 생각이들어 자존심이 상한다. 마음은 오기로 버티라고 말한다. 결국에는 익숙해지고 내가 모든걸 컨트롤 할 수 있는 경지까지 가고싶다고. 하지만 머리는 이성적으로 이건 쓸데없는 짓이라고 한다. 솔직히말해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아직은 좀 신경이쓰인다. 역시 못견디고 도망가는 구나...하고.

 


퇴근을 했는데 기분이 정말 최악이었다. 패배자가된 기분이었다. 테브에게서도 연락이없다ㅠ 설마 이대로 짤리는 건가..  '미안해. 사실 너가 들어올 자린 없었어. 워낙 일하고싶어해서 한번 같이 해본거 뿐이야.'라고 하는건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그냥 집으로든 어디든 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적극적으로 보이고싶어서 무작정 카페로 갔다.


신기하게도 테브는 내가 문에 들어서기전부터 나인걸 알고서 인사를 한다. 예수같이 생겨가지고 예지력이 있는건지, 창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다 처다보고있나보다 ㅋㅋ
카페엔 테브, 바이런, 마사가 일하고있었다. 테브에게 너 문자 기다리다가 안와서 직접 왔다니까 어제부터 지금까지 너무 바빠서 문자할 시간이 없었단다. 일단 이번주도 지난주와 똑같이 오면 된단다. 마사가 나보다 일찍들어와서그런건가... 마사는 정기적으로 출근중인데다 IRD number까지 줘서 주급도 받고있는 것같다. ㅠㅠ
그러고 인사한 후 바로 나와야했다. 바빠보이기도 했고 갑자기 너무 뻘쭘했다. 바이런과는 말한마디 못나누고 나왔다. 날 처다보긴 하던데 왜 왔는지 궁금했나보다.

카페를 나와서, 도대체 이 나쁜 기분은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마음같아서는 그냥 이대로 집에가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무기력하게 침대에 드러누워 있고 싶었는데 그런다고 나아질 게 하나 없다는걸 알았다. 좀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는게 나에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도무지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싶어졌다. 하지만 이상태로 수다를 떨었다가는 불평불만만 잔뜩 늘어놓고 원하는 반응이 없으면 짜증만 더 생길게 뻔했다. 친구나 다른 무언가가 아닌 나 스스로가 이런 기분을 해결할 줄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핑을 할까? 한다면 분명 순간엔 기분이 좋겠지. 그치만 딱 1시간용이란 걸 안다.
운동을 가야했다. 가볍게라도 운동을 하고나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우선 맛있는 걸 먹고 가기로했다. 전부터 가고싶었던 Burgerfuel를 갔다. 엄청 비싼 해버거를 먹었다. 수제버거답게 맛은 있었다. 그런데 직원이 너무 싸가지없었다.

 

BurgerFuel



판뮤어 헬스장 가는 기차안에서 너무 졸려 꿀잠을 잤다. 오랜만에 온 헬스장이라 거의 운동보단 스트레칭과 마사지체어 위주로 시간을 보냈다. 나름 힐링한 샘이다.ㅋㅋㅋ 런닝머신 조금 걸었는데 오랜만이라 금방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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