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

by noopy00 2021. 3. 20.
반응형

오늘은 출근했더니 매니저님이 벌써 캐셔가 해야하는 일 중에 하나인 "미소 된장국 담기"를 반 이상 해 놓으셔서 일시작한 이래로 가장 한가한 날이었다. 뭔가 다들 말은 안해도 나를 안쓰럽게 여기는게 느껴진다. 열심히는 하는데 자꾸만 실수를 해서 매니저랑 ㄹㄴ언니한테 혼나니까. 사실 나는 별로 아무렇지도 않다. 일이라는게 원래 익숙해지기 전까진 실수하는게 당연하고 또 지금껏 알바하면서 일 못해서 피해준 적은 단한번도 없었으니까. 다만 함께 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 할 수 없다는게 씁쓸할 뿐이다. 아직 한달도 안되었으니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스시집 퇴근 후, 오랜만에 카페 출근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비는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그러다, 정확히 출근 45분 전에 테브에게서 연락이왔다. 오늘 출근은 없던 걸로하자고. 대신 내일 길게 일해줬으면 한다고. 하... 기운이 쭉 빠졌다. 아쉬웠다.

 쉴 수 있어서 기분 좋은 마음이 10%, 일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90%다. 정말 잘하고싶은 일인데, 잘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내 마음처럼 모든 상황이 따라주지는 않는 것 같다. 슬프지만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는 수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때 그때 최선을 다 하는 것 뿐이다.
 암튼 이젠 우유 스팀도 플랫화이트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라떼아트도 계속 연습 중이다. 너무 재밌다.

 


 이번 주 내내 비오고 흐리다던 일기예보와 달리 다행히 해가 떴다. 햇빛아래에 있으니 땀이 흐를 정도다. 항구 둑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ㅇㅈ이와 오랜만에 또 통화를 했다.

 ㅇㅈ이는 참 이상하게 항상 일이 잘 안풀리는 것 같다. 살고 있던 한국인 Flat에서 집 주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집을 팔게 되었으니 당장 방을 빼달라고 했단다. 어찌보면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했던 집이라 더 괜찮은 집으로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ㅇㅈ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인도애랑 줄곧 같이 붙어 다니는게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ㅇㅈ이는 뉴질랜드 워홀 끝나면 호주 워홀도 할거라고 했다. 이대로 한국돌아가기엔 아쉽단다. 어디가 되었든 정식으로 IT회사에서 한번은 일해봐야 될 것 같단다. 내 입장에선 호주 워홀 지원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는게 마냥 부러울 뿐이다.

 그러고 보면 IT로 먹고 사는 우리같은 경우엔 언제든 한국에 돌아가 밥벌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최최최악의 상황까지도 생각해봤지만 그럴 확률도 낮고, 내 자신이 스스로를 그 상황까지 내버려둘 것 같지는 않다.

 

 ㅇㅈ이와 통화를 하다가 카페 직원들과의 단톡방이 있는 Viber라는 어플에 알람이 떠서 들어가봤다. 못보던 라틴계 여자가 새로 들어왔다. 음. 최근 새로 들어온 직원인 것 같았다. 왠지 지금 이 시간, 내가 일하고 있었을 시간을 이 새로온 여자가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내 직감이 말했다.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동양인보다는 서양인? 라틴계 사람을 선호하는 걸까? 아님 그냥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내 자격지심은 나를 한없이 바닥으로 눌러붙이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바이런과 마사가 좋아지려던 참이었는데.. 만약 이대로 그만두게 된다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여전히 그냥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는 것같다.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수 밖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믿지도 않는 신에게 제발 카페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생각해보면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 내가 바라는 상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자기자신 뿐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신이 존재하고 그 신은 바로 자기자신이지 않을까. 나 스스로에게 빌고 내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것.
 그럼에도 불가능하다면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이고 운이 결정하는 일이지 않을까? 그러면 그 운이라는게 결국 신의 영역인걸까?

 

 

 


집으로 오는 길 버스안은 정말 더웠다. 햇빛이 바로 내리쬐는 2층 맨 앞 자리에 앉아서 더 그랬을지도. 오늘따라 집가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좋았다.
날 밝을 때 집에 오니 기분이 참 좋다. 이 집도 이제 내 집이라고 정이 들었는지 너무 편하고 좋다.
역시나 벨라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날 보자마자 수다를 시작해서 쇼핑얘기, 사키 뒷담화, 남자얘기 등등등 끊이질 않았다. 사키가 자꾸 거짓말을 해서 짜증난단다. 거짓말은 다름아닌 허세(?). 안해도 될 말들을 해놓고선 지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매니저 진급하면 파티를 열겠다고 해놓고 열지도 않고, 벨라와 쉐인을 위해 음식을 대접하겠다해놓고 하지도 않고 등등등. 인도인들은 다 이런건지.. 잘 모르겠다ㅋ

벨라때문에 틴더를 다시 깔았다. 만나지 않더라도 문자만하면서 남자들이랑 알고지내는 것도 괜찮을것같아서. 그래도 내 얼굴을 공개하기는 싫어서 내 계정을 미키 사진으로 도배했다. 근데도 꽤 많은 남자들이 좋아했다 ㅋㅋ 어떤 남자에게서 연락이왔길래 Miaow로 대답했다 ㅋㅋ
몇몇의 남자들과 연락을 했는데.. 금새 흥미를 잃어버렸다. 잘 모르겠다. 별로 관심이 안생긴다ㅠ 분명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들인데 일단은 모르는 사람이니까 마음이 열리지 않으니 궁금한 점도 없고 오히려 의심부터 하게된다. 난 너무 심각해서 탈인것같다ㅠ

결국 벨라와 4시간동안 수다떠느라 공부도 하질 못했다ㅠ 벨라가 나초를 만들어줘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저녁을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좋긴한데.. 점점 늘어가는 뱃살과 터질것같은 허벅지를 보면 근심스럽다ㅠ

반응형

'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프닝  (0) 2021.03.22
외부인  (0) 2021.03.22
인도네시아 요리  (0) 2021.03.19
일은 단지 일일뿐.  (0) 2021.03.19
나와의 싸움  (0) 2021.03.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