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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한 밤 중의 경보음

by noopy00 2021.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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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갑자기 어디선가 경보음이 삑- 삑- 삑- 하고 울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그치만 너무 피곤해서 바로 다시 잠들었는데 또 얼마 후 똑같은 경보음 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순간적으로 너무 무서워서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집안에서 나는 소린지 밖에서 나는 소린지 알 수 없었다. 비몽사몽에 별의 별 무서운 생각이 다 났다. 조심스럽게 내 방 창문으로 밖을 내다봤지만 시커멓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집안에서 방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살며시 내 방 문을 열어 복도를 내다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마 사키도 잠에서 깨 방 문을 내다보았나보다. 무서운 맘에 혹시 벨라가 깨어있진 않을까 문자를 보내봤지만 답이없었다. 잠이 다 달아나 버려서 유튜브를 보다 잤다.

 

 잠을 설쳐서인지 스시집 3시간 일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오늘따라 손님도 정말 없어서 시간이 안가는 것 같았다. 주방오빠가 나보고 목요일에 카페 일 빼고 회식 참석하라고한다. 내 마음대로 뺄 수도 없고 회식은 더더욱 가고싶은 마음이 없다.

 

 오늘 카페에서는 바이런 때문에 좀 힘들었다. 테브가 없으니 마사와 나에게 마치 본인이 보스인 것처럼 행동한다. 쉬지 않고 일을 시켜대는데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는 전혀 신경도 쓰지않고 중복해서 여러가지 일을 시켜댄다.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오늘 무슨 작정하고 입으로 일하러 나온 것같다. 나도 못참고 한마디 해버렸다.
 좀 진정한 후 바이런을 이해해보려고 애썼다. 우리 중엔 그나마 이 카페에서 가장 오래 일을 했으니 테브가 없을 땐 바이런에게 매니저 권한을 준 것같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런이 매니저 일을 할 만큼의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칠레에 있을 때 이런 일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눈에 봐도 일 시키는게 너무나 서툴다. 없다는걸 보면 아직 매니저감은 안되는 것이다. 아마 테브나 폴이 시킨걸테다. 바이런도 마음고생 꽤나 하고 있을 것같다.

 


 일하는 중에 갑자기 낯익은 얼굴이 카페로 들어오는게 보였다. 지슬랭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왔을 거라는 생각에 어디계시냐고 물었다. 예전에 사진으로 어머니 얼굴을 본 기억이 난다. 실제로 뵈니 훨씬 날씬하고 키가 크셨다. 만나서 반갑다고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정말 진심으로 반가웠다. 하필 손님 막 밀어닥칠 때 와가지고 길게 얘길 나눌 수가 없었다ㅠ 아버지도 계셨는데 지슬랭과 전혀 닮지 않을 걸보면 새 아버지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프랑스어로 인사말 정도는 배워둘걸 아쉬움이 남는다. ㅠㅠ

 


 요즘 일하는 곳에서 점심, 저녁을 떼우고 남는 음식들로 다음날 아침까지 해결하니 식비가 적게들어서 좋다 ㅎㅎ

 

 

 

 낮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하얗고 풍성한 수염을 가진 뚱뚱한 할아버지가 빨간 모자와 빨간 옷을 입고 지나가는 걸 봤다. 완전 산타클로스같았다. 옷에는 하얀색으로 글이 적혀 있었는데 읽어보고 빵 터졌다.
“I am not a Sa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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