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딱 스시집에 그만둔다고 얘기하려고 마음이 섰는데 까먹고 말을 못하고 나와버렸다.
어제 간 롱베이 비치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스시 직원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ㅇㅎ는 예전에 한번 가보고 정말 실망했었단다. 인천 앞바다처럼 휑한 느낌이었다나. 뭐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싶었다. 나는 정말 아무런 기대없이 갔었나보다ㅋㅋ 그런데 어제 내가 갔던 시간에 주방오빠도 한국인 친구들이랑 같이 롱베이에 있었다고한다. 마주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한국인들이랑 갔냐고 묻길래 혼자갔다고 말해버렸다. 그 순간, 최근에 새로 들어온 언니 한명이 피식 웃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왜요?라고 좀 기분나쁘게 말해버렸다. 나쁜 의도는 없었을건데 내가 좀 과민반응한 것 같긴하다. 잠시 뒤, 갑자기 그 언니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다음번엔 그런 곳 갈 일 있으면 자기한테 연락하란다. 자기도 가보고 싶은데 혼자갈 용기는 안생긴다면서. 남자친구 있으시지않냐고 물었더니 그런곳 가는거 별로 안좋아한다며 꼭 담에 같이 가잖다. 뭐 친해지자고 이렇게 손 내미는데 싫을 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피식 웃었던 일 때문에 미안해서 그러는 것 같다. 들어온지도 얼마 안됬는데 같이 일하는 한사람, 한사람 사이틀어지고 싶지 않은 느낌이랄까. 참 사회생활 잘 할 것 같은 언니다. 조용조용 일도 열심히 잘 하시는 것 같고 사람은 좋아보인다.
오늘은 카페 일 끝나고 운동가는 날인데 어제 롱베이 비치 간것때문인지 이상하게도 피곤했다. 어제밤 늘 자는시간에 잠들었고 오늘도 일어나는 시간에 겨우 눈을 떳는데. 태닝하면 원래 이렇게 피곤한가? 부작용까지 찾아봤다 ㅋㅋ 결국 고민 끝에 그냥 책이나 좀 읽다가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요즘 다가오는 비자 만료일과 크리스찬과의 관계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다. 최대한 딴 생각 않고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급할것 아무것도 없다고. 피곤이 몰려왔다. 일단 좀 눈을 붙이기로하고 쇼파에 앉은 채로 그대로 졸았다.
이 순간 순간의 느낌을 모두 기억하고싶다. 카페에서 일했던 것, 일마치고 이렇게 여유롭게 편안히 쇼파에 앉아 휴식을 취한 것, 여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생각한 것. 어릴땐 모든 순간들의 느낌이 오랫동안 내 머리 속 기억과 온 몸에 잘 남아있었는데 나이들수록 그런 기분을 느끼기가 참 힘들다.
2시간 정도 카페에 있다 집에가는 버스안에서 또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크리스찬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다시 처음 데이트하던 순간으로 돌아가고싶었고 뭐가 문제였는지 고치고싶었다. 이번 주는 보는건지 마는건지 너무 궁금하고 연락은 왜 안하는건지.. 나에게 관심이 있긴한건지... 하...
요즘 이런 내 생각에 딱 맞는 노래를 찾았다. 이선희의 “알고싶어요” 어쩜 내 생각들과 상황이 똑같은지ㅋㅋ 들을때마다 신기하다.
주말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무작정 연락만 기다리려니까 너무 답답했다. 크리스찬이 원하는 대로 끌려다니다가는 시간만 날릴게 뻔했다. 나는 어떻게해야하는걸까?
미래에 지금 이순간을 되돌아봤을 때를 생각해봤다. 후회하지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뭐든 해야했다. 앞으로 남은 뉴질랜드에서의 3개월동안 쉬는 날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색다를 모든 경험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번 주말부터 시작이다. 크리스찬을 보든 안보든 내 계획은 내 계획대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부터 가보고싶었던 전쟁기념관을 가봐야겠다. 그리고 다음주는 뮤지컬을 보러가야지.
미래의 내가 지금 이 순간을 돌이켜봤을때 가장 후회할 경우는 선택 A 또는 B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않아서가 아닐까.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지금까지도 그랫듯이 앞으로도 후회할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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