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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완벽한 휴일

by noopy00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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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휴일!!! 그저께 데이오프인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떠올렸던 썬베이팅을 실행에 옮기기로했다. 목적지는 롱베이 비치! 오클랜드에서 가장 멋진 비치라고 크리스찬이 추천하고 닉도 알고있던 곳. 어제밤에 미리 가는 법이랑 야외 태닝 준비물을 체크해뒀다.
내 인생 첫 태닝!!! 태닝 오일이며 비치타올 등등 아무것도 없어서 어디서 사야하니 막막했지만 이것저것 완벽하게 다 준비해서 가려면 언제 갈수있을 지도 모르고 또 완벽이라는 건 없다는 걸 알기에.. 부족한 상태로 그냥 일단 되는대로 가기로 맘먹었다.

오랜만에 혼자서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바리바리 짐을 쌌더니 생각보다 꽤 양이 많았다. 우선 시티를 들러 비치타올부터 구입 했다(청반바지와 노랑이 가방은 덤^^) 예쁜 노랑이 비치타올!!
전부터 눈여겨 봐뒀던 마사가 추천한 라멘집에서 점심을 먹기로했다. 한국인이 하는 식당인데 진짜 맛있다고.....했는데 개실망했다ㅠ 고기랑 야채만 겨우 건져먹고 입맛만 버린채 나왔다.
시티에서 롱베이까지는 1시간, 중간에 또 버스를 한번 더 갈아타야했다. 집에서부터 장장 2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노스쇼어에서 갈아탈 버스를 기다리는데 왠 할아버지가 자기도 롱베이를 가는지 와서는 말을 걸었다. 기다리는 동안 말동무나해야지싶어 한두마디 받아줬더니 버스에서 절뚝거리는 다리로 맨 뒤자석에 자리를 잡은 나를 따라 근처에 앉는다. 너무 불편했다. 나이많은 할아버지라 동양의 유교사상때문에 막 대할 수가 없었다. 하.. 오랜만에 가지는 휴일이라 혼자서 여행기분 만끽하고 싶었는데 망했다.
 한참을 불편한 마음으로 가서 거의 도착할 때 쯤이 되었는데 그때부터 버스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않았다. 공휴일이라그러지 다들 차를 끌고나와 물놀이 하러 가나보다. 차들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버스는 바닷가 정류장까지 가지 못하고 입구에 세워줬다. 나는 내 속도에 맞춰 버스 앞문으로 내리려는데 뒤에서 불편한 다리로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쫓아오는게 느껴졌다. 진짜 너무너무 마음이 불편했지만 더이상 받아줬다간 태닝까지 함께 해야할 판이었다. 멀리서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한 뒤 후다닥 바닷가쪽으로 걸어내려갔다.

10분을 걸어내려가서야 바다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뻥 뚫린 바다 양쪽엔 정말 멋진 절벽들이 서있었다. 보자마자 내 얼굴에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얘기 들은 대로 너~~~무 멋있었다. 왜 다들 여기가 최고라고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서야 왠지 내가 외국에 나와 있다는게 실감이 났다. 해변가도 한국의 여름 바다만큼 붐비지않았고 딱 적당히, 오히려 좀 한산할 정도였다.
왜 그동안 이런 뉴질랜드를 즐기지 않고있었는지 후회가 될 정도였다. 이렇게 여유를 즐겨도 되는건데! 물론 누군가 함께 왔더라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겠지만... 혼자도 나쁘진않았다.

바다에 당장 뛰어들고싶었지만 태닝할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기시작했다. 혹시 태닝할만한 그런 비치가 아니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태닝을 하고있었다.
내 인생 첫 야외 태닝! 대충 티비에서 봐서 알지만 남들 하는것부터 쭈욱 훑었다. 별다를건 없었다. 바로 태닝을 시작했다. 처음엔 앞뒤로 각각 10분정도씩만 뒤집어가며 구우라는 블로그 글 대로 폰에 알람을 맞춰놓고 누웠다.
태닝하는 동안 생각도 하고 노래도 듣고 책도 읽고 뭔가 이것저것 할 계획이었는데 10분은 생각보다 정말 짧았다. 책은 결국 베개가 되었고 챙겨간 기기들은 모레범벅이 되어 사용할 수가 없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인 첫 태닝이었던 것 같다. 2시간 태닝하는 동안 여유는 최대한으로 만끽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태닝이라니!

 

 어느덧 시간이 5시가 훌쩍넘어 슬슬 배가 고파져왔다. 다시 시티로 넘어갈 생각에 막막했지만 얼른 짐을 바리바리 챙겨 서둘렀다. 저녁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봤기에...
바로 집으로 들어가긴 싫어서 카페로 가서 책을 읽기로 맘먹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닉 혼자서 난리였다. 엄청 바빴던 건지 난장판이었다. 대충 좀 도와주고 아이스커피 하나 만들어 2층 올라가서 테이크아웃 해온 케밥과 함께 먹었다. 하필 오늘 밋업있는 날이라 예상했던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배도 부르고 해리포터도 재밌고 넘 행복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나도 완벽한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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