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2
지슬랭 클래스메이트들과함께 Rotorua 으로 2박3일 여행가는 날이다. 지슬랭이 늦게 준비하는 바람에 약속시간 조금 지나서 비트로마트 앞에 도착했다.
스페인친구 파오와 브라질 친구 아만다는 구면이었지만 나머지 4명은 전부 초면. 거기다 전부 여자.
남자는 지슬랭와 파오 둘뿐이었다.
여행이 크게 설레거나하진 않았다. 그래도 재밌을것같다는 기대는 조금 있었다.
인원은 총 8명 일본2, 콜롬비아2, 브라질1, 스페인1, 프랑스1, 한국인 나.
이렇게 나열해 놓으니 정말 다양하게 모인것같아도 그냥 다 같은 사람들이다. 나라가 다르다는건 별로 느끼지못하겠다 이제는. 그냥 사람마다 성격차이가 있을뿐이지.
처음 간 곳은 블루스프링이라는 하이킹으로 핫한 플레이스였다.
하이킹 슈즈따위는 생전 사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여름 러닝화가 전부였기에 안넘어지려고 땅바닥만 보고다니느라 정신없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아 여기가 뉴질랜드구나' 하는 기분은 못느꼈다. 그냥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로다....
한국 돌아갈때쯤 되야 느낄수있을려나
브라질친구 아만다는 클럽에서봤던 첫인상과는 많이 달랐다. 참 성격 좋고 사교성 좋은 친구라고 좋게만 생각했었는데 오늘 오기전에 뭔가 안좋은 일이 있었던건지 하이킹하는 내내 뒤떨어져서 전화기만 붙들고 걸어왔다.. 계속 신경써주려는 지슬랭이 안쓰러워보일 정도였다.
그나저나 오늘 지슬랭 때문에 무척이나 거슬렸다. 여행와서 알게된 사실인데 콜롬비아 여자애, 폴라랑 둘이 관계가 심상치않아보였다. 점심 전에 푸드코트 잠깐 들렀을때부터 둘이 계속 붙어있으면서 지슬랭 모자를 여자애가 쓰고있고 그러더니 하이킹할때는 거의 내내 둘이붙어 걸어다녔다. 여자친구랑은 헤어진건지..
역시 남자들은 국적불문하고 가녀리고 연약해보이고 한없이 여성스러워보이는 여자들을 좋아하나보다.
나랑 얘기하고 걷다가도 폴라 오는지 확인하고 안오니까 기다렸다 같이 가더니 둘이서 얘기하느라 내가 뒤쳐지는건 신경도 안쓴다. 너무 짜증이났다. 솔직히 말해 질투났다.
지슬랭이랑 안지 고작 2주밖에 안됬고 남자로서 좋아하는 것도 분명 아닌데 내 기분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처음 만난 날부터 날 챙겨줬던 지슬랭이 여자로서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고, 내눈엔 전혀 매력없어 보이는 폴라가 나보다 나은 점이 뭔지 알고싶었다.
차분히 생각해보면 지슬랭이 날 좋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진짜 문제는 이런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여성스럽지 못한게 문제인가? 아님 유머감각이 떨어져서? 자존감이 낮아서? 주관이 없어서?
아직은 답을 모르겠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확실한 해답을 얻고 싶은데 그러기전까지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들을 해야할 것같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면서 문화차이를 확실히 느꼈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들을 사는데 다들 각자 음식에 대한 의견이 왜 이렇게 확고한건지.. 음식에 대한 집착(?)이라면 절대 뒤쳐지지 않는 한국에서도 이런 식의 신념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개인 음식을 고르려는 아만다에게 우리 다같이 먹을 거라고 얘기하는 지슬랭. 한국에선 당연한게 여기선 절대 당연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한국에서 외국인들이랑 어울리면서 여러번 경험을 하고 온 나조차도 너무 혼란스러웠다. 다같이 먹을 음식을 누군가가 고르면, 누구는 "난 그거 안먹을거야"라고 하고 또 누구는 "이건 내꺼니까 따로 계산할게"라하고, "이건 xx라서 싫으니까 너네끼리 쉐어해", "식빵이랑 계란을 같이 먹는다고? 난 평생 그렇게 먹어본 적이 없어. 안먹을래" 등등 장보는데 한세월이다. 계산할 때도 다같이 쉐어하는 음식, 몇 명만 쉐어하는 음식, 각자 계산하는 음식 등등 5번을 나눠서 했다. 이건 아무래도 도저히 적응이 안될 것 같다. 지금이야 1불도 아쉬운 처지이지만 나중에 회사들어가게되면 그냥 내돈 더 주고 다같이 쉐어하자할 것 같다.
아무튼 이것 때문에 지슬랭은 기분이 상했는지 격하게 운전해서 호스텔로 왔다. 지슬랭이랑 파오는 남자라그런건지, 나라차이인건지 음식에대해 그렇게 까다롭지않았다. 한국인인 나까지 셋이서만.
나의 첫 호스텔 경험은 정말 신선했다. 우리가 선택한 방은 다행이도 8명 인원 딱 맞게 침대가 있어 운좋게 한방을 우리끼리 사용하게 되었지만 보통은 모르는 외국인들(남녀)과 함께 쓰는 공간이라니 정말 신기했다. 주방도 잘 되어있고 쉴 수있는 라운지도 아늑하고 따뜻하게 마련되어있어 영화도 보고, 놀러온 다른 나라 사람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좋은 것같다.
다같이 공용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여기저기서 여행객들이 말을 걸어왔다. 정말 모두들 각기 다른 삶을 살고있었다. 캐나다 퀘백에서 온 혼자 여행 중인 여자, 몇년째 여기저기 여러나라 돌아다니면서 일과 여행을 다니는 러시아 여자, 계속해서 우리 테이블에와서 말을 거는 캐나다와 칠레에서 온 남자 둘 등등. 뉴질랜드에 살면서 돈도 벌고 영어도 유창해지면 나도 여기저기 다른나라 돌아다니면서 일하면서 여행하고싶어졌다. 또 한번, 영어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는지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인간관계의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저녁먹고 다들 바에 간다길래 나는 그냥 쉬겠다하고 방으로 왔다. 시계를 보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10시가 다되어갔지만 바로자긴 아쉬워 혼자서 라운지를 들어가봤다. 일부러 다들 바에 갈때까지 방에서 기다리다 나간거였는데 지슬랭이 아직 안가고 통화 중이었다. 프랑스어로.
라운지엔 6명 정도 사람들이 각자 할 것하며 쉬고있었다. 반지의 제왕 DVD를 보고있길래 쇼파에 기대 나도 같이 즐겼다. (당연히 거의 못알아들었다.) 쇼파에 누워있으니 나른해졌다.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더 늦기 전에 후딱 씻고 잘준비를 해야했다.
내 침대는 2층이었는데 다들 정말 빠르게도 1층을 차지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같았으면 서로 눈치보며 가위바위보라도 해서 정했을텐데 정말 외국인들은 자기 주장 확실하구나... 장볼 때도 생각했지만 좀 불편해도 고작 이틀인데 내 의견 내세울 필요가 있겠나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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