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ㅂ에게 전화가 왔다. 원나잇했던 남자랑 또 무슨일이 생겼나싶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인 듯 했다. 어제밤 디제잉하는 ㅁㄱ이라는애랑 클럽에 가서 놀고는 술이취해서 새벽 4시 클럽 문닫는데 거기다가 MD 붙잡고 술 더 마시자고 난리를 쳤다는 것이다. 이 누나좀 보내라는 그 남자애의 말이 또렷히 기억이 나고, 심지어 그 이후에 원나잇했던 남자애한테 전화까지 엄청했다는 것이다. 지금 완전 죽어버리고싶은 심정이란다 ㅋㅋ 당장 한국 돌아갈거라고. 자기가 지금 이러는 것들이 전부 다 외로워서인 것같다고. 바닥까지 본 것같단다.
나와는 성향이 참 많이 다른 것같다. 나는 아무리 외로워도 클럽을 간다거나 계속해서 정신없이 노는 자리를 만든다거나 술이나 마약을해서 순간적 쾌락에 빠지는 짓같은 것은 할 생각도, 할 용기도 안든다. 몇달전 나 또한 바닥을 찍었을때를 떠올려보면 더욱더 혼자있고싶고 죽고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고 무기력이 찾아와 순간적인 쾌락조차 찾을 힘도 없게되버렸던 것 같다.
외로움이라는건 정말 뭘까. 어디에서 오는걸까.
사람마다 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나와 관계를 맺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대하고 그 사람의 외로움도 들여다보려고 애쓰면서 극복해낸 것 같다.
공통점은 있다. ㅎㅂ도 그렇고 외로울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 다는 것. 그걸 알기에 오늘은 내 의견따위는 전혀 배제한체 ㅎㅂ 이야기만 들어줬다. 그랬더니 한국가서 꼭 만나자, 언니랑은 알고지낸지 정말 얼마 안되었지만 소울메이트같다는 말을 한다. 한국 돌아가서 지금 그 외로움이 사라지고나면 나도 점점 기억에서 잊혀져 가리라는 걸 알기에 그 말에 크게 감동하지도 동조하지도 않고 그저 미소만 띄면서 그러자고 대답했다.
나도 오클랜드에 있을때 그렇게 블라도에게 집착을 했었는데 요즘 가끔 연락오는 블라도의 문자에 귀찮음을 느끼는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드는걸 보면 어쩌면 사람은 정말로 간사한 동물이라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씻자마자 토히바와 존 셋이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기차를 타고 나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왔는데 지난번 말레이시아 식당이랑 거의 비슷해서 나랑 존의 실망이 장난아니었지만 토히바를 생각해서 애써 숨기고 맛있게 먹었다. 우린 별로 하는 것없이 점심먹은 후 모스크라는 이슬람사원 사진만 찍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정말 한 것없이 하루를 보냈다. 너~무 지루했다. 이런 지루함도 느껴본지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늘 그랬듯 유튜브를 봤다면 시간이 금방 갔겠지만 그러고싶지않아서 그냥 버텨보았다.
존도 오늘 하루가 엄청 지루했는지 나보고 엄청 긴 하루란다ㅋ 토히바를 제외한 나머지애들 전부다 그런 생각인듯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지루함... 모르겠다. 나중에 후회하게될 하루가될지 이것조차 감사할 하루가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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